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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피기까지, 식물은 우리의 눈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의 시간을 축적한다. 잎눈을 만들던 생장점이 꽃눈을 만들 수 있는 상태로 바뀌고, 식물의 다른 부분 역시 분화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안에서 꽃은 하루의 길이, 주변의 온도, 일조량 같은 외적 조건과, 식물 호르몬, 유전적 환경 등 내적 환경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며 피어오를 결정적 순간을 가늠한다. 꽃은 그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매료시키고, 생명과 사랑을 상징하는 메신저가 되어 사람들이 애정을 받는다. 벌과 나비는 꽃을 양식 삼아 생존하고, 꽃은 이들의 도움으로 열매를 맺는다. 꽃이 피어 있는 곳에는 건강한 생명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 꽃의 아름다움 너머에서 펼쳐지는 세상의 질서, 서로 다른 유기체와 무기체가 공존하면서 순환하는 삶의 원리가 있다.
    2020년,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5.18 민주화 운동 특별전은, 한국의 민주화를 견인한 광주정신의 역사와 동시대성을 성찰하는 전시로서, 서울, 광주, 쾰른, 타이베이를 순회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제, 이 순회전은 코로나로 인해 계획보다 늦어진 2022년 베니스에 도착한다. 인간의 의지와 공동체 정신으로 혹독한 환경의 난제를 극복하고 문화예술의 도시로 성장한 베니스에서, 예술의 언어로 접근하는 광주 민주화 정신은 인류의 오늘을 성찰하는 화두가 된다.
    소설가 한강이 1980년 광주의 5월을 주제로, 광주의 상처를 돌아보며 우리가 여전히 잡고 있어야 하는 역사적 기억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장 ‘꽃 핀 쪽으로’에서 그 제목을 가져온 이번 전시는, 선명한 슬픔과 역사의 비극을 딛고 일어나, 더 나은 세상으로 담담하게 걸어 나가는 인류 공동체의 의지를 담는다.
    역사의 진보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인류는, 역사의 교훈을 어떻게 현실 안에서 실천하면서 공동체의 행복과 번영을 일구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꽃 핀 쪽으로》는 인류가 처한 여러 가지 난제와 더불어 차별과 혐오의 농도가 짙어지는 오늘날, 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매개로 그 고민을 함께 나누며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제목 꽃핀쪽으로
    큐레이션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일시 2022.4.20 – 11.27.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10:00 – 18:00
    장소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카나레지오 6301, 베니스, 이탈리아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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