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패 둥지
‹엄마 노동자› 연작, 1989
아크릴 위 UV 프린트 3점
각 46 × 62 cm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1987년 결성된 그림패 둥지는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한 김인순, 서숙진, 이정희, 김영미, 고선아 등 여성 미술인 동인이다. ‹엄마 노동자›와 같은 작품을 통해 그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면한 열악한 근로 환경을 조명했다.
제10회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2014)에 처음으로 출품된 ‹엄마 노동자›는 남녀 차별과 계급 차별에 맞선 그림패 둥지의 투쟁의 한 축을 이루는 연작으로, 1980년대 한국의 여성노동을 그려낸다. 세 편의 작품은 각각 가정에서의 엄마, 공장 노동자로서의 여성, 일터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여성의 노력을 담고 있다. 공장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그린 본 작품은 TV 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미국 기업 한국피코가 임금을 체불한 채 허위로 공장을 폐쇄했던 1989년의 상황을 언급한다. 당시 한국피코의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다. 때문에 자체적인 노조 결성을 시도했지만 정부가 여성 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탓에 이러한 시도는 좌절되고 만다.
여성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저임금 공장 노동자로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1970년대부터 근로 환경 개선과 노동권을 요구했지만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된 이들의 저항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그림패 둥지의 ‹엄마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들과 여성 미술인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이번 광주 전시에서는 이 중요한 작품의 이미지로 구성된 패널을 선보인다.
그림패 둥지(1987~1990)는 1980년대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걸개그림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 미술가들의 모임이다. 민족미술협회 내 여성분과에서 활동했던 김인순, 서숙진, 이정희, 김영미, 고선아는 1987년 사복형사가 불법 침입, 인쇄소 사람을 연행하는 사건을 겪은 뒤 ‘그림패 둥지’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1990년 민미협 내 ‘노동미술위원회’가 조직되는 과정에서 그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해체되었지만, ‹민주시민 대동제›(1987), ‹맥스테크 농성 현장›(1987), ‹고용대책 공청회›(1990) 등 민주주의 정신을 보호하며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다수의 시민운동 현장에서 걸개그림을 제작하였다. 민주주의의를 향한 강렬한 염원이자 동시에 한국 내 여성의 역사와 여성미술사에 대해 증언하는 증거물인 그림패 둥지의 걸개그림은 «동향과 전망전»(서울미술관, 서울, 1990), «제1회 여성과 현실전»(그림마당 민, 서울, 1987) 등에 출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