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희롱>, 2018
(구)국군광주병원은 무거운 역사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시간처럼 낮과 밤이 서로 침범하는 공간이며,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자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자의 기억이 검게 남겨져있다. 이곳은 오랜 시간 굳게 잠겨 있었으나 끊임없이 읊조리는 땅처럼 몸 없는 이들의 상처가 발화되고 전해지며 꿈틀거린다. 무고하고 연약한 이들이 가느다란 줄들에 의지하고 휘청이며 비틀리던 움직임이 드러나고, 소리 없이 사라져간 비명(非命)의 기억이 이를 몸으로 증언하는 생명체로 소환되기를 원했다. 작가는 삶 속의 글이나 사진으로 기록될 수 없는 것에 관심 두고, 심상으로 기억하는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며 작업해 나가고 있다. 모두가 떠나고 허물어진 공간에 오랜 시간 남겨진 아주 연약하고 미비한 존재들을 예민한 감각으로 상상하며, 작가는 이 미시적인 것들의 불안정한 움직임과 소리의 형상을 섬세한 방식으로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