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두두두>, 2018
중환자실이 위치한 병원의 2층으로 올라가는 보행로는 무수한 이들이 생과 사를 오갔던 곳이다. 작가는 이 공간이 짊어졌던 무게를 생각하며 치유와 재생의 의미로 데이지 꽃밭을 만든다. ‘언덕’이 된 길목을 채우는 옥스아이 데이지는 잎과 꽃, 뿌리까지 모두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식물이다. 창밖의 무성한 자연과 대조를 이루며 자라는 여린 데이지는 공기처럼 부유하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와도 닮았다. 문선희는 1980년 광주와 접속하는 한 방법으로 당시 유년생이었던 80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항쟁을 경험했지만, 항쟁의 주체일 수는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역사의 증인으로 선택되지 못한 자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지금은 중년이 된 그들의 사적인 기억은 현재 광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통해 또 한 번의 생명력을 얻는다. 공식적으로 기술된 역사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며 피어나는 식물처럼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 목소리>는 우리의 숨소리와 뒤엉켜 병원 안에서 조용히 꽃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