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영상 스틸, 2020
푸르른 어둠 속,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병원의 복도 끝 방. 수북이 쌓여있는 잿더미 속에 사연이 스며들어 있다. 그 미세하고 고운 입자들은 가벼이 이는 바람과 함께 시선의 바깥으로 사라지기도, 다시 가까이에 안착하기도 하며 어디에나 있을 것처럼 눈앞에 사라질 듯 부유한다. 애도의 현장에서 마주해온 ‘재(ash, re-, to be here)’의 움직임은 공간의 벽면에 투사된 영상 설치를 통해 작동된다.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디에서나 상실과 재생을 반복하고 있을 그 작은 가루들을 소환하며 작가는 ‘과거성’과 ‘현재성’ 사이의 간극과 연결성을 동시에 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