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 오월의 역사>, 2016-19
작가가 대학교 4학년 때 맞이한 5·18은 이 땅의 역사에 대해 근본적 성찰을 하게 해준 계기가 됐다. 이후 송필용은 이를 주제로 한국 근현대사의 혼란한 역사를 굵고 묵직한 회화로 담아왔다. 체육실을 가로지르며 마주 보는 <땅의 역사> 연작은 두 작업 사이에 존재하는 약 30년 동안의 간극을 암시하며, 자신이 보았던 광주와 현재 기억되는 과거를 향한 작가의 변화하는 시각과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신에게 바치는 깨끗한 정화수마저 민주화를 위해 흘려진 피로 물들어진 <붉은 정화수>는 5·18의 참담함과 간절함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반면 맞은편에 위치한 <오월의 역사>는 물감의 층위를 통해 쌓이고 뭉쳐진 상흔들이 응축되어 바위처럼 단단한 민중의 역사가 되고, 삶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로써 관객은 두 역사의 장면 사이로 흐르는 시간 속에 위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