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일>, 2020
작가가 병원의 축을 지탱하는 기둥을 끼고 바닥에 칠해놓은 하얀 진흙은 매일 이곳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 일어나고 벗겨진다. 그것들은 작가 개인이 소유한 과거의 장소와 기억 그리고 시간을 거쳐 중첩된 과정의 풍경들을 사유적 시선에서 머물게 하며 동시에 해체시키고 있다. 새로운 유기적 관계와 특정 장소 속에서 낡고 쓸모가 없어진 물체의 형상은 그곳을 지키는 무언의 신(神)이 되었다. 마치 오래되어 부식된 폐자재나 발굴된 유물처럼 보이는 오브제들은 작가가 설치를 위해 선별한 맹그로브 나무 일부를 캐스팅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작품이 완성된 이후 결국 소모품으로 버려지게 되는 주물용 거푸집과 기타 부품을 작업의 일부로 소환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조명하며 <아무도 모르는 일 0518>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잊어버렸던 추억의 이야기들을 다시 상기시키는 재현의 통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