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특정적 설치
가변 크기
(재)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임민욱은 분단국가의 현실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과잉, 압축적 근대화가 폭력으로 점철된 일상,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질문들을 사물의 배치와 장소 개입을 통해 비추고 있다. 한편, 그는 뜻밖의 계기로 보도연맹과 관련된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 주무조사팀장으로 활동했던 한성훈 박사의 도움을 통해 채의진 작가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오브제들과 공명하게 되었다.
2009년부터 ‘입을 수 있는 조각’ 이라는 이름으로 <포터블 키퍼> 연작을 시작한 작가는 부표나 촛농, 깃털, 버려진 오브제들로 사물의 신체를 구성하고 사라지는 장소, 가려진 존재들과 함께 하는 유사의식들을 통해 일종의 기록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미적인 것과 윤리적 질문들이 불러낸 연루감의 딜레마를 수행하는 퍼포먼스 사물로 등장한다.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작으로 <네비게이션 아이디>를 선보였을 당시 이 지팡이들은 <관흉국 사람들_입을 수 있는 조각들>과 함께 전시장 안쪽에 설치되어 있었다. 2020년 새롭게 배치된 이 지팡이들은 사물과 증언의 관계 속에서 (비)존재와 (비)장소를 소환하는 제3의 다리이자 파장이 되고자 한다.
임민욱(1968년 대전 출생)은 설치, 글, 음악,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근대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에서 장르적 구속과 규정을 벗어나려는 수행적 형식들을 통해 아이러니를 배태한다. 그의 작품은 전 지구화가 강화시킨 분리와 정체성의 문제들을 미디어의 조건을 통해 탈영토화하는 데 도전한다. 이동 수단과 열감지 카메라, 방송국 포맷 등을 차용해 속도, 온도, 애도의 장면성을 포착해왔다. «오 탄넨바움 퍼포먼스 프로젝트»(ASAKUSA, 도쿄, 2018), «임민욱 개인전»(티나킴 갤러리, 뉴욕, 2017), «만일의 약속»(플라토 삼성미술관, 서울, 2015)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리버풀 비엔날레(2010), 이스탄불 비엔날레(2007), 시드니 비엔날레(2016), 타이베이 비엔날레(2016), 광주비엔날레(2010; 2014), 부산비엔날레(2018) 등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