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 기다리는 사람들>, 2001
거대한 담론 대신 사소하게 보이는 풍경이나 생활상이 전달하는 잔잔한 감동에 집중해 온 작가는 그만큼 미세하게 변모하는 광주의 모습과 시간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2000년대 초반에 그려진 <삶 속에서 – 기다리는 사람들>과 <잊혀진 풍경>은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향한 정선휘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광주를 관통하던 철길이 이설되고 지금의 푸른길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새벽녘에 철길을 따라 걷는 주민들의 뒷모습을 담은 작업은 제목처럼 ‘잊혀진 풍경’을 기록한다. 어쩌면 또 다른 ‘잊혀진 풍경’이 될 (구)국군광주병원 속에서 그림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충장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무엇’을 기다리거나 희망하는 우리의 모습과 공명하며, 각자의 시선은 한 방향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