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위하여›, 2012/2020
디지털 영상
텍스트: ‹경구들› 1977~1979
(이경희 번역)
제니 홀저 스튜디오 제공
제9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테이블»(2012) 커미션 작업으로, 홀저는 광주 서구문화센터 전광판에 상영된 ‹광주를 위하여›를 위해 자신의 대표적인 ‹경구들›(1977~1979)에서 21개의 문장을 선별했다.
총 250개의 간략한 선언적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구들›은 격언, 금언 혹은 클리셰를 상기시킨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77년도에 참여했던 휘트니미술관 독립연구프로그램에서 론 클라크가 제공한 추천 도서 목록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각각의 문장은 복잡하고 난해하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아이디어를 간결하고 직접적인 발언으로 정제한다. ‹경구들›을 통해 홀저는 그 어떤 입장도 고수하지 않은 채 사회적 믿음, 관습, 그리고 진실을 탐구한다. 알파벳 순서로 정리된 경구들은 뉴욕 맨하탄 전역에 붙은 익명의 포스터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티셔츠, 모자, 전자기기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광주를 위하여›에서는 “사람들은 끔직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정신을 차린다”, “권력의 남용은 놀랍지 않다”, “엄마들은 너무 많은 희생을 해서는 안 된다”, “고문은 야만적이다” 등의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경구마다 각기 다른 시각적 효과를 추가해 공공장소에서 상영되는 이번 작품을 더욱 역동적이면서 흥미롭게 만들었다. 작품을 위해 선별된 ‹경구들›은 5·18민주화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1980년 광주와 비슷하게 전제주의와 정부의 폭압을 맞닥뜨린 전 세계 수많은 곳들과 공명한다.
제니 홀저(1950년 뉴욕 출생)는 그의 날카로운 생각과 주장, 비애를 공공장소와 베니스 비엔날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 등의 국제전에서 40년 이상 선보여왔다. 티셔츠, 명판, 혹은 LED 간판 등으로 표현되는 그의 작업은 결국 언어를 매개로 하여 공공영역에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1970년대 뉴욕 거리에 게시한 포스터에서부터 자연 풍경과 건축물에 언어를 투사하는 최근 작업들에 이르기까지, 그는 재치 있고 따뜻하면서도 대담하게 무지와 폭력에 대치해왔다. 홀저는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1996년에 세계 경제 포럼에서 크리스탈 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미국 국무부로부터 국제예술훈장을 수여받았다. 또한 윌리엄스 칼리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더 뉴 스쿨, 그리고 스미스 칼리지에서 명예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