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간›, 2020
헬리오그래피, 영상,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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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공
이번 작품에서 아구스티나 트리켈은 사진·동영상과 지식의 생산, 그 메커니즘과 장치, 상상과 경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다. 그는 아직 진행 중인 이 작업의 일환으로 전투적인 고전 다큐멘터리이자 페르난도 피노 솔라나스와 옥타비오 헤티노가 창설한 ‘해방영화집단’의 처녀작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를 분석해 일련의 작품을 만들었다.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사회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좌익과 페론주의자들의 노력 및 전략에 관한 내용으로, 더 많은 관객 확보를 위해 대학, 노조, 공장과 동호회 등에서 동시 상영되었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식민주의와 혁명에 대한 특정한 세계관, 이념, 정치적 입장을 담은 이미지들에 집중한다. 작가는 영화에서 추출한 텍스트와 영상들에 조작을 가하고 그것들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헬리오그래피처럼 겹쳐놓음으로써 오늘날의 정치 환경과 긴박함 속에서 이 영화의 담론과 미학이 갖는 효력을 실험해본다. 장거리를 여행해야 하는 이 일련의 프린트 작업들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기간 동안 망명해 있던 레온 페라리가 상파울루에서 보낸 헬리오그래피처럼 구김이 나 있다. 그는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이 영화를 젊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60, 70년대의 군사정권 이야기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포착함으로써 이 다큐멘터리의 효과와 미학, 그리고 우리 현실과의 놀라운 유사성 등을 살펴본다.
아구스티나 트리켈(1983년 아르헨티나 출생)은 작가이자 사회학 박사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녀는 역사와 기억, 정치 간의 관계를 시적인 연구, 사진, 편집, 그리고 시청각 작품들로 표현해왔다. 2013년과 2017년 사이에는 에스텔라 에레라와 함께 ‹방황하는 둥지›(Nido Errante)라는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2015년부터는 알레한드라 곤잘레스와 사진에 주안점을 둔 시 연구 전문 출판사인 아순시온 카사 에디토라(Asunción Casa Editora)를 이끌고 있다. 또한 2011년부터 경제사회개발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의 시민권 및 인권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베를린, 아일랜드, 멕시코시티, 몬테비데오, 칠레의 산티아고, 페루의 아순시온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곳곳에서 전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