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이야기›, 1996
아카이브 피그먼트 프린트 18점
각 60 × 62 cm
작가 제공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 «열풍변주곡»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장선우 감독의 1996년 개봉작 ‹꽃잎›을 제작하던 중에 촬영된 시리즈이다. 영화 ‹꽃잎›은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총격 속에 죽어가는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친 15세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오형근 작가는 감독의 요청으로 영화의 공식 포스터 이미지를 촬영했는데, 본 작품을 구성하는 사진 대부분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최대 규모의 시위를 재현한 금남로 시위 장면을 촬영할 당시의 사진들이다. 시위 장면을 재현하는 데 3천 명 이상의 광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작가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촬영을 위해 모인 이 인파가 실제 시위로 번질 경우에 대비해 촬영장에 경찰이 배치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광주 시민, 전문 배우, 실제 경찰관과 군인들이 사진에 모두 담겨 있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5·18민주화운동을 묘사한 것도, 단순히 영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것도 아니라며 피사체의 절제된 표정을 담아냄으로써 이 프로젝트가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무언의 사회적 합의를 포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형근(1963년 서울 출생)은 미국 오하이오 예술대학원에서 사진과 영화 연출을 전공한후 동시대 사회상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아줌마»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아트선재센터, 서울)을 개최했는데,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주제의 이 전시가 한국에서 아줌마 신드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 한국 사회 특정 인물군의 유형을 다루는 초상 작업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공통된 불안감이나 욕망 또는 정체성의 흔들림에 주목해왔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중간인»(아트선재센터, 서울, 2012), «코스메틱 걸스»(국제갤러리, 서울, 2008) 등이 있으며, 2005년에는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0)과 «에이징 월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