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트라우마는 모든 근대성의 유령이다. 트라우마는 상흔을 남기는 행위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처가 난 이후에도 외상 후 증후군으로 끈질기게 남아 고통 인식의 부재 속에 고통을 자아내고 심지어 증폭시킨다.
한국의 학살 생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실종자들을 대신해 내적 평화를 되찾는 것이다.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추모비가 세워지고 군 병원과 보안부대 지하 조사실, 구 광주국군병원 병영이 폐쇄되고 폐허가 되었다 하더라도 상흔을 인정하는 의미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인정하는 행위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쩌면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상처나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나 트라우마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카데르 아티아는 역사와 정치, 사회적 불의가 사회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작업의 틀로 삼는다. 아티아는 다학제적 접근 방식을 차용해 치유의 전통적 구조와 정치적 트라우마 경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찰한다. 아티아는 다층적 관점에서 자신의 작품에 목소리를 부여하여 다양한 문화에서 상실과 상처에 대처하는 다양한 사상과 방법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물질계와 무형의 세계,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 현상계와 초자연계 간의 경계라는 복잡다단한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